Exhibition

Mackerel Safranski | Room Tone: room, stain and sounds for the sequence

고등어 | Room Tone: room, stain and sounds for the sequence

INSTALLATION VIEW OF “Room Tone: room, stain and sounds for the sequence”, 2024,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e A-Lounge.

 

에이라운지는 2024년 9월 13일부터 10월 8일까지 고등어의 개인전《Room Tone》을 선보인다. 3년만의 개인전으로 많은 이목을 끌고있다. 《Room Tone》은 고등어 작가의 페인팅과 드로잉 텍스트, 그리고 사운드를 가지고 방 안에서 발생하는 신체 이미지에 대한 시퀀스를 만들어가는 전시이다. 전시작은 총 26점으로, 텍스트와 짝을 이루는 작품군과 페인팅, 시퀀스 세 그룹으로 구성되어 있다. 텍스트와 함께 짝을 이루는 작품들은 구글 아트 앤 컬쳐(Google Art & Culture)와 미술관 사이트에서 수집한 성서 이미지를 확대·크롭 후 작가만의 형식으로 재제작한 것이다. 텍스트 역시 작가가 직접 작성한 글로서 클레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작가에게 룸은 시간을 보내는 실제 공간이기도, 내밀하고 개인적인 내면이기도 하다. 하여 페인팅 작품에선 그가 룸 안에서 느끼는 긴장과 불안, 기억 그리고 죽음에 관한 사유가 신체 이미지와 텍스트로 표현된다.

 

시퀀스 작품은 프로이트(Sigmund Freud)가 히스테리 연구와 이론을 배운 인물로 알려져 있는 샤르코(J.M. Charcot)와 알베르 론드(Albert Londe, 사진가)의 히스테리 연구를 위한 표본 촬영에 기반을 둔다. 샤르코는 히스테리의 표본 연구를 위해 촬영을 시도했으나, 그들이 원하는 이미지를 얻진 못하였다. 이 둘은 크로노포토그래피라는 사진 기술을 사용하였다. ‘동체사진술’이라 번역되는 이 기술은 12컷이 연속적으로 촬영되는 기법이다. 고등어 작가는 시퀀스 시리즈에서 히스테릭한 증상이 잘 표현되지 않아 누락되고 발표되지 않은 이미지들을 상상하면서, 그리고 카메라 앞에 선 그녀들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했는지 상상하면서 드로잉하였다.

 

 

INSTALLATION VIEW OF “Room Tone: room, stain and sounds for the sequence”, 2024,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e A-Lounge.

 

 

작가 노트

 

얼룩이 쌓여서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어느 지점이 넘어가면 얼룩은 그 이미지를 잃어버린다.

나는 종종 감당하기 힘든 이미지들이 밀려올 때면 눈 앞에 없는 그것들을 보지 않기 위해 두 눈을 가만히 감아버린다. 그러면 한동안 모든 것이 닫히고 방안은 온기가 가득한 어둠 안에 놓여있다. 내 몸에 부리와 깃털, 지느러미, 꼬리, 두꺼운 껍질, 세 개의 뿔, 비늘, 수북한 털들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면 정신은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이다. 방 안에서 나는 나의 나약한 표면에 대해 생각하고 방안에 누워 내 몸을 처음부터 끝까지 떠올려본다.

한 참 시간이 지난 후 밀려오는 잠에 몸을 맡긴다. 표면은 사라지고 무수한 얼룩만이 방안에 남아있다.

몇 년 전 나는 영상작업 DHAK(2022)에서 사건과 트라우마, 신체적 감정적 징후를 번개 이미지와 천둥소리를 통해 환기시켰다. 사건(번개)의 발생 이후 공기의 진동을 머금고 허공을 맴돌다가 들려오는 천둥소리(징후)는 다시금 사건을 불러오고 그것은 단순한 기억을 넘어 트라우마가 되고 현재로써 실재한다. 어떤 트라우마는 징후로 분출하듯 신체에 나타나기도 하지만 다른 경우, 신체에게 트라우마는 표면적으로 발현되거나 하지 않고 그 몸과 함께 어느 정도의 긴장감을 갖고 함께 살아간다. 기억을 명확히 떠올리려 할수록 기억에서 멀어지기도 하여 나는 시적 언어로 기억의 그때에 가 닿으려고 했고 그러한 언어적 구축은 기억과도 가깝지만 다르기도 한 또 다른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공간에 설명하기 어려운 긴장과 불안이 존재하는 것 같다.
생각보다 징후는 완전히 치료되지 않고 어느정도 치료가 끝난 후 뇌나 정신에 입혀진 흉터처럼 약간의 잔여물이 감각이나 정신에 남는다. 치료 이후에 신체는 그 잔여물이나 잔상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나는 이러한 잔여물이나 잔상이 남겨져 있는 공간이 정신에 따로 있지는 않을까.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해소 될 수 없는 긴장과 불안이 살아가는 공간. 비언어적인 추상적 공간이 정신에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쩌면 그 공간은 맥북의 시스템데이터와 같이 컴퓨터의 체제를 운용하느라 생긴 데이터를 모아둔 공간처럼. 사건을 겪어 낼 때 직접적으로 필요하지는 않으나 기억이 되지 않았던 감각들이 쌓인 공간이 정신에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나는 정신의 남겨진 블랙홀 같은 추상적 공간을 분절된 내러티브와 신체이미지를 통해 만들어 나간다.

 

INSTALLATION VIEW OF “Room Tone: room, stain and sounds for the sequence”, 2024,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e A-Lounge.

 

룸 톤 (Room Tone)

영상 작업을 할 때 드로잉을 100장에서 300장정도 그리고 편집 프로그램의 타임라인 위에 드로잉들을 올려두는 방식으로 영상을 만들어 나간다 영상작업에서 드로잉으로 만들어진 이미지가 운동 이미지가 되어 갈 때 사운드(청각 이미지)는 장면을 구체화하고 이미지에게 물질감을 부여한다. 나는 종종 내 불안에 물질감을 부여하기 위해 환상이라는 형식 안에서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는데 비슷한 구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몸의 부분들을 연결 할 수 있는 방법으로도 확장되기도 한다. 이때 내러티브는 보다 더 선명해지고 좀더 실재에 가까워진다.

작년에 사운드 작업을 직접 해 나가면서 사운드 이펙트 사이트에서 나의 영상에 어울리는 소리들을 찾았고 영상 마지막에 실내공간에 대한 장면을 위해 다양한 룸 톤을 들어보면서 그 방안, 실내공간에 놓은 신체들을 떠올렸다. 공간의 상태를 담은 다양한 룸 톤들은 사운드의 이미지들로 공간을 구체화했고 나는 기억 속 감각을 가지고 공간을 상상했다.

룸은 한 사람의 몸 이자 기억의 공간, 실내공간 그리고 죽은 신체를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룸의 각각의 풍경들이 신체를 중심으로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고 그저 하나의 현상이나 순간으로써 빛을 얻는 것. 신체의 부분이 그러하듯 룸의 풍경들이 하나의 룸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계속 진행중인 현상적인 룸 톤을 작업 하였다. 룸 안에서 어떤 몸은 앞 선 자신의 몸을 바라보기도 하고 신적 이미지를 매개로 생의 구원을 바라기도 한다. 그리고 룸 안에서 히스테릭을 위한 표면을 끊임없이 발생 시키며 생을 위한 에너지를 만들어 나간다.

2021년 늦가을 코로나로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의 오픈스튜디오가 서울 일대의 공간으로 확장되면서 나는 호텔에서 하루를 보내며 그 안에서 발생하는 소리 이미지를 16시간동안 유투브로 송출하는 <in the room>을 통해 오픈 스튜디오를 하였다. 방 안에 머물면서 신체가 만들어 내는 소리를 통해 신체이미지를 오픈하여 공유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날 방안에서 형성된 소리들은 녹음되지 않고 유투브를 통해 휘발되었지만 그때 호텔 방에 머 물때 발생했던 기억의 소리들을 시각적 이미지로 만들었고 룸 톤에 대한 작업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그때 저장되지 않고 하루동안 라이브로 송출되던 소리들은 신체 이미지의 표면이 될 수 있었을까?
1894년 알베로 론드의 사진 속 그녀들은 히스테릭 연구를 위해 카메라 앞에 섰고 론드와 샤르코는 히스테릭의 표본 연구를 위해 정신의 표면을 찍으려 했지만 그들이 추정했던 이미지를 그대로 얻을 수 없었다. 웹상에서 내가 볼 수 있는 그녀들의 이미지는 히스테릭 상태에 놓여진 상태라고 읽혀지는 이미지들이다. 크로노포토그래피 사진기술은 그녀들의 움직임과 함께 발전의 기회를 얻었다. 그날 우리가 지금 볼 수 있는 것 외에 많은 사진을 찍었을 것이고 히스테릭이 잘 표현되지 않아 누락된 이미지들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 누락된 이미지들을 상상하면서 카메라 앞에선 그녀들을 드로잉 하였다. 그녀들이 히스테릭 상태였는지 알 수는 없지만 카메라 앞에서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는 그녀들의 사진을 보면서 소리로 신체 이미지의 표면을 만들던 그날 호텔에서 찍은 풍경사진들을 떠올렸다. 그날 나는 거기에 머물렀다. 그곳에서 배달 앱으로 주문한 음식으로 저녁을 먹고 샤워를 하고 티비를 보거나 창밖에 야경을 보기도 하다가 잠이 들었다.
룸 안에서 룸의 표면을 상상하며 그렇게 밤을 보냈다.

글 / 고등어

 

INSTALLATION VIEW OF “Room Tone: room, stain and sounds for the sequence”, 2024,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e A-Lou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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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9. 13. (Fri) – 10. 10. (Th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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