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WON O BONG
힘을 발휘하고 성취한다는 쪽에 두고서 힘과 무력함을 나눌 때 우리의 힘에 대한 이해
는 아직 편협하고 옹졸하기만 하다. 승리의 쾌재가 패배의 두려움을 모면했다는 안도감
과 다를 바 없다면 힘의 확인 과정은 무력함의 은폐 과정과 다르지 않으리라. 그런데
자신의 힘에 속거나 배반당한 이는 많아도 자신의 무력함에 속거나 배반당한 이는 없으
니….
누구나 무력함보다는 힘을 원한다. 아무도 무력감에 사로잡히기를 원치 않는다. 그런데
아무도 원치 않는 것은 바로 진실로 열리는 창이니, 누가 알리오, 인간은 힘을 원하는
가운데 진실로 열리는 창을 닫고 있을는지. 아무도 무력감에 사로잡히기를 원치 않는
까닭은 바로 무력감은 폭력적이기 때문이다. 폭력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무력감에
의한 폭력이며, 다른 하나는 힘에 의한 폭력이다. 무력감에 의한 폭력은 자신을 제물로
가해지는 반면, 힘에 의한 폭력은 타자를 제물로 하여 가해진다. 그러기에, 자신에게 폭
력을 가할 줄 모르는 자일수록 타자에게 폭력을 가하기 마련이다.
무력함에 사로잡혀 보지 아니하면 실로 무엇이 힘이 되어주는지 알지 못하며 또 실로
힘이 되어 주는 것을 찾지도 않는다.
무력함은 힘이 뜻에 미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것이요, 또 힘이 되어주고자 하는 힘일수
록 뜻에 미치지 못한다. 무력감은 그 어느 때보다 힘이 되어주지 못할 때 엄습해오는
것이리라.
꿈은 뜻은 있으나 뜻대로 할 수 없음에 따라 피어나는 것이기에 자신의 무력함 속에서
피어날 뿐이다. 예술은 인간의 꿈을 통해 열리는 영역이기에 오직 무력한 이들만이 들
어설 수 있는 영역이다. 꿈은 무력한 이들만의 특권이다.
“자연은 언제나 같은 자연이지만 자연으로부터, 그리고 우리에게 나타난 것으로부터 남
는 것이란 아무 것도 없다”(세잔느)- 작가노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