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석 Kang Junseok
제주에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는 강준석(b.1984) 작가는 자신에게 익숙한 풍경에 생동감이 가득한 상상의 동물과 인물들을 따뜻하게 펼쳐낸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모티프들은 시간에 따라 흘러가는 영화의 한 장면을 고정시킨 스틸 컷처럼 기능한다. 개별적인 주제를 넘어서 마치 중요한 순간이나 감정적인 장면을 강조하는 스틸 컷처럼 작가의 이야기를 전달하기도 하고, 관람자가 각자의 시선으로 재구성하여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되기도 한다.
광활한 풍경에 둘러싸인 집은 작가가 산책하며 관조한 자연에 자신의 기억과 상상력을 덧대어 ‘이상화된 자연’을 표현한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 1884-1962)가 언급했던 것처럼 작가가 묘사하는 집은 ‘상상력을 통해 살아나는 공간’이자 ‘인간의 기억과 꿈이 머무르는 최초의 우주’이다. 따라서 그에게 집이란 단순히 물리적 구조물이 아니라 그곳에서 유한하게 흘러가는 인간의 기억과 감정, 그리고 상상력을 담아내는 심리적 공간이다. 이처럼 인간을 품어주는 집은 작가의 작업에서 볼 수 있듯 다시금 자연이 품어 주고 있는데, 이렇게 자연의 일부로서 표현된 집은 상징적으로 인간과 자연의 조화, 나아가 돌아갈 곳이라는 장소로서의 의미를 함축한다.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는 동물과 인물들은 한 방향을 ‘향해서’ 가거나 여러 방향으로 둥글게 겹친 모습으로 등장하며, 때로는 정지된 상태의 인물들도 보인다. 강준석 작가의 인물들은 특별한 감정 없이 묘사된다. 이렇게 절제된 감정은 오히려 감정적인 전달 방식인데, 관람객들로 하여금 관찰을 유도하고, 집중도를 높일 수 있게 한다. 형태가 유연하게 얽히는 구성에는 타인과의 소통을 필요로 하는 동시에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이중적인 마음이 한 데 녹아내리고 섞이게 된다면 그 안에서 막연한 해결책이 있지 않을까 하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있다. 이와 같은 모티프들은 물감을 한 겹씩 쌓아 올려 만들어진 레이어를 통해 전달된다. 뭉근하고 부드럽게 풀어진 경계선과 드리핑 기법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치 오래된 픽셀이 자글거리는 듯한 몽환적인 색채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타인에 대한 감정과 자연으로부터 받는 위로를 내비친다.
이번 아트 ONO에서 강준석은 동물과 인간의 형체가 마치 무중력의 진공 상태에서 떠다니는 듯한 작업을 선보인다. 이번 작품들은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형체들이 부유물처럼 떠다니는 작가의 꿈에서 출발하였다. 가로가 길고 세로가 짧은 캔버스 3개를 조형적으로 배치하고, 편안하게 눈을 감고 유연하게 얽혀 있는 인물과 동물들의 구상을 통해 작가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다시 한번 확장하여 선보일 예정이다.
주요 개인전으로 《MELANGE》(아트사이드 갤러리, 서울, 2024), 《MINDSCAPE》(LKIF 갤러리, 서울, 2023), 《My Mate in HK》(Gallery Ascend, 홍콩, 2022), 《Lost Paradise》(52KUNSTDOC, 부산, 2020) 등이 있으며, 주요 단체전으로는 《Satellite Village》(Gallery Ascend, 홍콩, 2021), 《Holidays for me》(아트사이드 갤러리, 서울, 2021), 《Hiroshi Kobayashi & Jun Seok Kang》(SH Gallery, 도쿄, 2020)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