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Sunday

선데이

INSTALLATION VIEW “Sunday“, 2025. Courtesy of the Artist and La Heen.

 

이페로 작가의 개인전 《선데이 Sunday》는 그가 최근 전개해온 ‘스와이프 아웃 (Swipe Out)’ 시리즈의 연장선에서 출발하지만, 본 전시는 화면을 ‘지우듯 밀어내는’ 기존 방식으로부터 새로운 전환을 모색한다. 작가는 정교하게 구축된 정물을 즉흥적인 선과 붓질로 허물며, 단순한 파괴가 아닌 드러남과 사라짐이 맞물리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회화적 지형을 열기 때문이다. 정물의 질서와 즉흥적 선의 충돌은 일상과 자유, 안정과 해방의 긴장을 드러내는데, 이는 전시명 ‘Sunday’가 지시하는 양가적 정서와도 맞닿아 있다. 일요일은 한 주의 끝과 시작 사이에서 휴식에의 갈망과 의무의 무게가 교차하는 날로, 본 전시가 선보이는 이페로의 작업 역시 이러한 ‘긴장을 머금은 감흥’을 생성하는 것이다.

이페로의 선 긋기는 순간성과 우연을 바탕으로 색과 움직임을 교차시키며, 회화를 끝맺음이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으로 제시한다. 이미지를 완성에 가깝게 구축한 뒤 다시 무형으로 되돌리는 반복은 회화를 마침표 없는 살아 있는 장으로 확장시킨다.

더불어 작가의 이러한 태도는 세계를 끝없는 변화의 과정으로 이해해 온 동양적 사유와도 공명한다. 정교한 형상을 주저 없이 허무는 행위는 무위 (無爲)의 태도를 내면화한 것으로, 이를 통해 그의 회화는 자연스러운 변화를 수용하는 역동적 조건이 되는 까닭이다. 드로잉과 회화가 병렬적으로 전개되는 이번 전시는 비움의 틈을 통해 감각과 사유가 자유롭게 머무는 공간을 마련하며, 현존과 부재, 생성과 소거가 교차하는 리듬 속에서 회화의 근원적 가능성을 새롭게 드러낸다.

 

INSTALLATION VIEW “Sunday“, 2025. Courtesy of the Artist and La Heen.

 

INSTALLATION VIEW “Sunday“, 2025. Courtesy of the Artist and La Heen.

 

WEB     INSTAGRAM

2025. 10. 09. (Thu) – 2025. 11. 01. (Sat)

La Heen